원래 다른 주제로 생각하던 건데 얼마전 인턴 면접을 가서 툭 하고 들어온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을 하게 되어 둘을 엮어 쓴다.
선농단 역사문화 공원: 명분 뿐인 진짜와 실속 챙긴 가짜
지금의 사직단, 선농단, 선잠단 중에서 (환궁우는 환구단이 아예 사라져버렸으니 애매한듯 하다...) 선농단만이 발로 밟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선농단은 사실 가짜이기 때문이다.
사직단의 경우 기사에 따르면 국사단, 국직단만 보존되있고 나머지 시설과 계단, 땅 등은 훼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선잠단의 경우 기사에 따르면 단을 중심으로 철조망이 쳐져 있었으나 개인 건물(과 아마도 도로)로 인해 진입할 수 없는 버려진 땅이 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직단과 선잠단은 어쨌든 그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 땅과 단이 가지고 있는 신성함이 단절된 적 없었다는 말이다. 나트막한 돌단이 놓인 이 땅들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침입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 선농단의 경우 일제 때 단이 사라지고 근린공원화 되면서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역구와 동네주민들은 과거의 전통 행사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어했다. 공원 땅에 선농단 박물관을 세우는 현상공모가 나왔고 조건은 지붕에 가짜 선농단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박물관은 지하에 들어서고 지면과 이어지는 건물 지붕에 흙을 담아 새로운 선농단과 홍살문이 소박하게 올라와졌다. 새로운 선농단은 한번도 신성해본 적이 없다.
어떤 단이 우리 마음 속에서 더 오래 머물며 과거의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할까. 울타리 너머에서 사진만 잠깐 찍고 휙 돌아설 수 밖에 없는 곳일까 아니면 반려견도 산책시키고, 홍살문을 지나 단에 올라가도보고 앉아도볼 수 있는 곳일까... 아까운 진짜보다 닳아가는 가짜가 더 빛나는 순간이 분명 있다.
*전에 갔을 때 사진 찍은 거 같은데 다른 기기에 있는지 사진을 못찾았다.
카사이 임해 공원 수족관: 거짓말인 착시를 통해 희망을 노래하다.
포스트모더니즘 건물로 분류되기도 하는 카사이 임해 공원 수족관(tokyo sealife park)의 땅은 원래 해안쓰레기들이 많은 황폐한 갯벌이었다고 한다. 이 근방을 유원지로 개발하게 되면서 이 건물이 지어진건데, 문화시설 뿐 아니라 환경 정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실제로 개장 초기에는 여전히 주변이 황폐하고 냄새도 났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도서관의 다니구치 요시오 작품집에서 읽었었다.)
이 건물은 2층짜리 건물이고 2층 옥상이 주 출입구다. 긴 브릿지로 접근해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수족관 입구이자 작은 파빌리온 같은 구조물이 있으며 좌우로 물이 차있다. 당연히 이 물은 인공적으로 채웠기 때문에 깨끗해 보이며 담겨 있는 콘크리트도 주기적으로 청소가 되는 듯 했다.(안도의 물의 사원과는 전혀 다른 옥상 풀이다.) 이 깨끗한 옥상 풀이 도쿄만과 겹쳐져 인피니티 엣지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관람객들은 (깨끗하고 드넓은) 바다 한 가운데를 가르고 튀어나온 듯한 파빌리온의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물 아래로 내려가는 정교한 무대장치를 경험한다. 물 아래는 수족관이기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있다. 앞서 경험한 착시로 인해 이 많은 생물들이 도쿄만 아래에 살 고 있는 것만 같다. 건축가의 의도가 어땠을지는 몰라도 내가 느끼기로 이 건물은 착시가 완성되는 날, 깨끗한 인공풀과 더러운 도쿄만이 대비되지 않고 하나로 보이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올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던 거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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